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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 거의 완벽한 형태의 이중(二重) 아인슈타인 링(Einstein ring) SDSSJ0946+1006을 발견했습니다. 아인슈타인 링은 중력렌즈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기존에 몇 차례 단일 링이 발견된 적은 있으나, 이중 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SDSSJ0946+1006 사진. Credit: NASA SDSSJ0946+1006의 확대사진. Credit: NASA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란, 천체의 강한 중력이 빛을 휘게 하여 마치 돋보기처럼 작용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 현상은 러시아 물리학자 오레스트 츄올슨(Орест Данилович Хвольсон)이 1924년에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개념을 도출한 후, 1936년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이론을 재정립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습니다. 중력렌즈 현상을 보이는 천체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79년으로, 이중 퀘이사(Quasar)Q0957+561이 중력렌즈에 의해 분리된 이중상(二重像)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초로 발견된 중력렌즈 천체로 기록되었습니다.

중력렌즈가 중요한 현상으로 취급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의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라서 뿐만 아니라,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암흑물질(dark matter), 암흑 에너지(dark energy)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중력렌즈에 의해 일그러진 상은 그 자체로 주변의 중력분포나 질량분포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폭넓게 분석하면 우주의 질량분포도를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중력렌즈에 의해 휘어진 빛의 시간차를 계산하면 천문학적인 거리에 존재하는 천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오차범위 안에서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중력 렌즈 시뮬레이션

중력렌즈 시뮬레이션. 노란원이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의 중력권이고, 주황색 점이 광원(光源)이 되는 천체입니다. 광원이 (균일한 중력분포를 보이는) 렌즈의 중심과 일치하면 빛의 원이 형성됩니다. 이것을 아인슈타인 링이라고 부릅니다. 렌즈의 질량분포에 따라 링의 형태는 다소 변칙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력렌즈 현상은 다음 3가지로 구분됩니다.

  • 강한 렌즈(strong lensing) : 아인슈타인 링이나, 호(arcs), 다중 상(multiple images) 등 쉽게 구별가능한 모양새를 동반하는 중력렌즈입니다.
  • 약한 렌즈(weak lensing) : 중력렌즈에 의한 광원의 모양새 변화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아 많은 분석이 필요한 중력렌즈입니다.
  • 미세 렌즈(microlensing) : 규모가 너무 작아 광원의 모양새 변화는 동반하지 않고, 광원의 밝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중력렌즈. 보통 중력렌즈가 되는 은하 속의 항성에서 관측되며, 렌즈와 광원 사이의 거리가 아주 먼 경우에도 해당합니다.

아인슈타인 링은 당연히 강한 렌즈에 포함되는 현상이고, 미세렌즈는 외계태양계(extrasolar)의 작은 행성을 발견하는데 이용되기도 합니다. 대상이 되는 항성의 배경 광도 변화를 추적하여 행성의 존재를 찾는 형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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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돋보기처럼 작용하는 현상
정확히 말하면 돋보기가 작용하는 것과는 다릅니다만, 둘 다 빛을 굴절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이론을 재정립한 논문
Einstein, Albert (1936). "Lens-like Action of a Star by the Deviation of Light in the Gravitational Field". Science 84: 506—507
아인슈타인은 렌즈가 될 수 있는 천체(天體)를 단일항성으로 한정 지었는데, 논문이 발표된 이듬해에 프리츠 쯔위키(Fritz Zwicky)가 은하와 같은 거대천체도 렌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개념은 미세렌즈(microlensing)에 해당됩니다.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모든 우주공간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 마이크로파로, 빅뱅(Big Bang)에서 비롯된 2.7K(-270.3℃)의 흑체복사입니다. 이는 우주공간이 완전한 진공이 아니라, 최소한 1㎤당 약 400개의 광자(photon)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암흑물질(dark matter)
우주의 23%를 구성하는 검은 물체. 완전히 검기 때문에 관측하기가 어렵고, 주로 주변 천체에 미치는 중력영향을 추적하여 위치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암흑 에너지(dark energy)
우주의 73%를 차지하는 미지의 에너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습니다. 최초로 존재를 제안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으로,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자 이를 부정하기 위해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에 의해 은하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관측되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의 도입을 철회하고 이를 일생일대 실수라고 인정했습니다만, 21세기 들어 암흑 에너지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우주상수가 실수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세렌즈는 외계태양계(extrasolar)의 작은 행성을 발견하는데 이용되기도 합니다
Q0957+561이 발견되던 해, 한국인 물리학자 장경애와 노르웨이 천문학자 슈르 레프스달(Sjur Refsdal)은하가 렌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 은하 안에 존재하는 각 항성이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현재 이를 이용한 외계행성 발견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