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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표면의 괴형체들

화성의 생명체로 추측되던 성상(starburst) 지형물.

화성의 남극 근처에 나타나는 특이한 지형의 사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형을 화성에 생명체가 산다는 증거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지형을 거미(Spiders), 레이스(lace), 도마뱀 가죽(lizard skin) 등의 명칭으로 부르고 있으나,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거대나무(megatree)라고 부르기를 더 선호합니다.

MGS가 궤도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진 이 지형물은, 피보나치 수열(Fibonacci sequence)적 성장을 한다는 점, 식물처럼 겨울에는 사라진다는 점, 사라진 이후에 지형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는 점 등 때문에 유명한 아서 클라크를 비롯한 여러 SF 소설가들도 이 지형이 생명체라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화성 표면 괴형체의 또 다른 사진

SF 소설가인 아서 클라크는 이 지형물들이 흡사 벵골보리수(Banyan)처럼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생명체가 아니라,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자연현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번주 미국 지구물리 연합회(American Geophysics Union) 미팅(meeting)에서 발표되었다는군요.

제트추진 연구소(JPL)의 캔다이스 한센(Candice Hansen)이 지난 10월에 화성궤도에 진입한 NASAMRO가 보내오는 고해상도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이 지형은 화성 표면에 존재하는 드라이아이스(carbon dioxide)가 승화하면서 화성표면으로 뿜어져 나오는 현상에서 비롯 되었다고 합니다. 드라이아이스는 투명하기 때문에 햇빛이 비추면 드라이아이스 아래에 있는 지표면이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는데, 이것이 드라이아이스의 안쪽(지표면과 맞닿은)면을 승화시켜, 압축된 드라이아이스 기체가 결국 얼음의 약한 부분을 깨고 분출하게 됩니다, 이때 드라이아이스 기체는 순간적으로 결정화 되어 눈꽃처럼 되는데, 이 분출현상이 반복될 수록 '눈꽃'이 계속 누적되면서 마치 자라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학계에서는 이 설명으로 이 지형을 화성 생명체로 보는 논란에 대해 일단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화성사진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해프닝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와 비슷한 원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면암 사건이 있었습니다. 화성표면에 거대한 사람 얼굴형태를 띤 화성 고대 문명의 구조물이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이는 사진 해상도 때문에 생긴 오해로, 나중에 제대로 된 사진으로 보았더니 그냥 흙더미였다고 하지요.

연대별 화성 인면암 사진

화성 인면암의 사진. 사진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착시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과연 MRO가 보내오는 사진들의 퀄리티가 좋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화성에는 이 거대나무 말고도 생명징후로 의심되는 여러가지 지형, 현상들이 관측되고 있는데, MRO가 이런 논란에도 마침표를 찍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