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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우주개발에 삘 받은 듯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는 일본발 우주개발관련 드라마 "두 개의 스피카(ふたつのスピカ)[1]"가 끝났습니다. 짧게 7화로 방영했으니 맛배기로 진행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회당 방영시간이 약 40분이 되므로, 20분씩 20화 방영했던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전체 시간은 비슷비슷합니다. 그러나 원작에서 보이는 여러 사이드 스토리가 제거된 상태라 진행은 훨씬 뒤까지 나아갑니다. 아, 원작은 역시나 동명의 만화입니다.

두 개의 스피카 드라마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인 다섯 명의 단체 사진. 드라마 자체에 대한 정보는 검색을 이용하세요.

애니메이션 원작에, 일본 드라마 특유의 비현실성(?)이 더 해져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특별히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제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수십년 동안의 우주탐사 역사와 정보를 모두 웹 상에서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구해볼 수 있는 NASA와 달리[2] JAXA는 상대적으로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또는 공개는 되었으나 정보에 접근할 방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로케이션 장소 중 하나로 등장할 JAXA의 화면이 궁금했던 것이죠. 단지 아주 짧은 몇 장면에서만 등장했기 때문에 감질맛이 났다고 할까요.

중성부력실 용 우주비행복을 입고 있는 등장인물 하이지마 료코

아주 짧게 등장했던 JAXA의 중성부력(neutral buoyancy) 시설. JAXA 시설임에도 사용중인 중성부력용 우주비행복은 미국산(NASA)이라는 점이 암시하는 바가 많습니다. 중성부력 풀의 규모는 사이즈로 보건대 본격적인 훈련용은 아니고 연구용으로 짐작됩니다.

작품 자체의 고증은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아 리얼리티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우주비행사 양성학교라는 설정은 2009년 8월 현재 겨우 500명의 인간이 우주로 나갔다는 현실에 비춰보면 요원한 미래의 일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우주비행사 양성학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커리큘럼도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 종종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주개발과 관련된 드라마로서 우주개발에 대한 고증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3]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교과서를 달달 외운 아스미

입학시험 중의 한 장면. 대사는 '間違えるはずないから(틀릴 리가 없으니까)'... 원작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시종일관 줄기차게 스피카까지의 거리는 350광년이라고 외워주시는 아스미. 얘야... 그건 교과서에나 실리는 내용이란다. 사실, 그런 시험 자체가 넌센스이기는 하지.

일본의 우주개발 자원이 아직까지는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케네디 우주센터 방문객 복합시설(Kennedy Space Center Visitor Complex) 정도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우주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을 위한 방문 시설이 나름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부러운 부분입니다. 이제 막 첫 번째 로켓을 완성한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 자체로 역사성이 뛰어난 방문객용 시설을 갖출 수 있으려나요.

이 드라마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제가 두 개의 스피카라는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애니메이션의 설정고증을 맡았던 오구라 신야(小倉信也) 때문입니다. 애니메이터, 디자이너이면서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적 설정고증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이 분은 특히 우주개발 분야 작품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플라네테스(プラネテス)에 등장하는 토이박스[4]의 설계도가 두꺼운 책자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라든가, 작품에 협력하고 있던 JAXA 측에서 설계도를 보고 저희가 지금 당장 만들어도 되겠는데요라며 놀라워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설입니다. 드라마 버전이기는 하지만 오구라 신야와 관계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개의 스피카는 우주개발에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비교적 저예산으로도 제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본격적인 우주 장면이 없음) 아마도 일본의 방송국 예산 수준에서 보면 이 작품 정도가 제작가능한 범주에 들어가는 유일한 우주개발 이야기일 것입니다. 플라네테스나 문라이트 마일(ムーンライトマイル) 등 우주개발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작품들도 많지만 우주라는 배경적 특수성으로 인해 미국 정도로 드라마 제작비를 들이지 않는 한 이 작품들의 (특촬물이 아닌) 일본 드라마 버전은 보기 힘들겠죠.

각주

1. 두 개의 스피카(ふたつのスピカ)
"스피커가 두 대"라는 의미가 아니고 처녀자리 알파성인 스피카를 지칭하는 명칭입니다. 맨눈으로는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개의 별이 아주 가깝게 붙어서 공전하고 있는 쌍성(雙星)입니다. [return]
2. 모두 웹 상에서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구해볼 수 있는 NASA와 달리
NASA는 오래전부터 방대하고 자세한 자료를 민간에게 공개해왔습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은 이런 정보를 참고로 부란(Буран)을 제작하였으며(미국의 우주왕복선과 외모가 매우 유사한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 부란과의 도킹을 상정하고 제작된 우주정거장 미르(Мир)의 도킹 포트에 미국 우주왕복선의 도킹 포트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역사적인 우주협력 프로그램인 셔틀-미르 프로그램(Shuttle-Mir Program)이 가능했습니다. [return]
3. 우주개발에 대한 고증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원작 자체가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return]
4. 토이박스
주인공 일행이 사용하는 데브리 회수용 우주선의 애칭.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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